섬 여행 (트레킹)

신안 12사도 순례자의 길 (섬티아고 순례길), 병풍도

비사랑 2021. 3. 4. 14:22

2021년 2월27일( 토) 날씨: 맑음 

어제 퍼플섬 트레킹을 마치고 순례자의 길을 가기 위해 1박을 했다. 이른 새벽 첫 배를 타야 물 때를 맞춰 '12사도의 집'을 다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베드로의 집' 에서 시작해서 열두번째 '유다의 집'으로 가는 순례길은 갔던 길을 되돌아 와야하는 부담이 있어 물 때에 맞춰 12사도 순서와 상관없이 진섬에서 시작해서 소악도 - 소기점도 - 대기점도 - 병풍도 코스로 길을 정했다.

 

신안 순례자의 길, 섬티아고

‘섬티아고’는 전남 신안군 소재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 등 5개 섬 트레킹 코스를 부르는 이름이다. 신안군에서 이들 섬에 예수님 12제자의 집을 세우고 ‘순례자의 길’을 만들었다. ‘12사도의 집’을 찾아가는 길이어서 스페인의 산티아고 이름을 본떠 ‘섬티아고’라고도 부른다.

증도 바로 옆에 위치한 이 섬들은 일자형으로 나란히 인접해 있어 간조 때에는 섬 사이의 시멘트길인 ‘노둣길’로 건너다닐 수 있다. 노둣길은 사리 등 만조가 심할 때는 물에 잠겨 다시 섬간 왕래가 끊어지는 길이다. 노둣길은 원래는 주민들이 옆 섬을 건너가기 위해 갯벌에 돌을 놓아 만든 징검다리길이였다. 섬티아고 섬의 노둣길은 그 길이가 무려 19.8k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노둣길이다. 신추도-병풍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 등 6개 섬이 노둣길로 이어져 있다. 이들 중 신추도 및 병풍도를 제외한 나머지 섬들 12km에 ‘12사도 순례자의 길’을 만들었다.

 

 

 

 

 

송공항 여객선 터미널과 배 시간표. 새벽 공기가 차갑지만 기대감 때문인지 상쾌했다.

 

 

 

아직 달이 떠 있는 새벽의 1004대교

 

 

배는 1004대교 아래를 지난다.

 

 

배에서 맞이하는 일출

 

 

소악도 선착장. 우릴 내려주고 떠나는 배

 

 

 

선착장 바로 옆 까페 '쉬랑께' 이른 아침이라 문은 닫혀 있다. 진열되어 있는 12사도 예배당 모양 도자기

 

 

선착장에서 유다의 집 가는 길에 만나는 바다. 물이 쫙 빠진 갯벌

 

 

 

10. 칭찬의 집(유다 타대오),작가: 손민아, 장소: 소악도 노두길 삼거리

뾰족지붕의 부드러운 곡선과 작고 푸른 창문이 여럿 있는 작은 예배당으로 외부의 오리엔탈 타일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다.

 

 

 

칭찬의 집 내부

 

 

 

 

 

 

11. 사랑의 집(시몬), 작가: 강영민, 장소:  딴섬이 보이는 솔 숲

사랑의 집 실내에 들어서면 바다와 한몸이 되는 곳. 문이 없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공간이다. 연인들에는 사랑의 문,  상처입은 이들에게는 치유의 공간이 된다. 실내외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의 상징인 조개껍질 부조가 장식돼 있어이국적인 느낌을 더해준다.

 

 

 사랑의 집 내부. 문이 없어 편안하며, 의자에 잠시 앉아 바라보는 바다는 평온 그 자체이다.

 

 

 

 

사랑의 집에서 바라본 딴섬과 유다의 집

 

 

 

12. 지혜의 집(가롯 유다) ,작가: 손민아, 장소: 소악도 딴섬   

몽쉘미셀을 연상시키는 건축물로 뾰죽지붕과 붉은 벽돌, 둥근 첨탑이 매력적이다. 모래해변 너머 물길이 가로 막히면 서 너시간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귀한 작품이다. 나선형 돌려쌓기로 제작된 종탑이 신선한 감동을 준다.

 

 

기도를 위해 누군가 놓아 둔 초와 묵주

 

 

물 빠진 모랫길을 걷는 느낌이 상쾌하다.

 

 

 

 

 

 

 

9. 소원의 집(작은 야고보), 작가: 장미셀·파코·브루노, 장소: 소악도 둑방길

프로방스풍 건축물로 동양의 해학적인 곡선과 서양의 스텐드글라스가 물고기 모형으로 어우러져 있다. 둑방길을 따라 걸어가면 오두막을 닮은 건축 작품을 만나게 된다. '기점 소악도 어부의 집'으로 구상됐다. 바닷일을 상징하는 밧줄, 녹슨 닻은 물빠진 갯벌에서 수집했다고 한다.

 

작은 야고보 집 내부

안쪽 지붕아래 물고기 모양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다.

 

 

 

소악에서 소기점도 노둣길. 길 끝에 게스트하우스와 쉼터가 있는데 역시 문은 닫혀있다.

 

 

 

 

8. 기쁨의 집(마태오), 작가: 김윤환, 장소: 소악도 갯벌 위 

신안지역의 상징물인 갯벌 위에 세운 건축미술 작품으로 러시아 정교회를 닮은 지붕이 눈길을 끈다. 섬의 시간은 달의 시간과 닮았다고 한다. 물때는 달의 기울기와 비례하기 때문이다. 해질 무렵 둥근 지붕에 반사되는 노을은 황금빛으로 찬란하다. 작가는 신안에 유난히 양파 재배지가 많은 점에 착안해 주민들의 생활상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양파지붕을 올렸다고 한다.

 

성당 뒷편

 

 

 

 

 

 

7. 인연의 집(토마스) , 작가: 김 강,  장소: 게스트하우스 뒤편 순례길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단정한 사각형의 흰색 건축물이 마치 별들이 내려와 박힌듯 구슬 바닥과 푸른색 문이 인상적이다. 흰 회벽으로 이뤄졌고 왼쪽에는 '오병이어' 부조가 있다. 이 섬에는 크고 작은 호수가 200여 개가 있으며 연인들의 스몰 웨딩 연출장소로 알려져 있다. 

 

토마스 집 내부

 

 

 

토마스의 집에서 바르톨로메오 집 가는 길에 보이는 소악도와 마태오의 집

 

 

 

걷는 길에서 만나는 갯벌

 

 

 

 

6. 감사의 집(바르톨로메오), 작가: 장미셀·얄룩, 장소: 기점도 큰 호수위

호수 위의 교회로 물이 가득한 호수에 그림처럼 떠 있는 건축미술. 목조와 통유리로 자연을 흡수하는 우아한 형태를 띠고 있다. 물이 찰랑찰랑한 호수 위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을 연출했다. 스텐 구조물과 컬러 유리의 채색으로 빛과 물빛이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바르톨로메오의 집 뒷 모습

 

 

 

소악도에서 소기점도 방향 노둣길. 길을 넓히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5. 행복의 집(필립), 작가: 장미셀 파코, 장소: 기점-소악 노둣길 입구

프랑스 남부 전형적인 건축형태를 띤다. 지붕 바람창은 주민들이 사용하던 절구통을 뚫어서 활용했고 꼭대기 철탑에는 물고기 조형물이 달려있어 이 곳이 바다와 더불어 사는 섬이라는 것과 주민들의 생업을 표현했다.

하늘을 향한 유려한 곡선의 지붕이 아름다운 극치를 더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드문 건축형태이다. 

 

필립의 집 내부

 

 

 

 

 

4. 생명평화의 집(요한), 작가: 박영균, 장소: 남촌마을 입구

하얀 원형 외곽에 지붕과 창의 스테인드그라스가 아름답다. 치마처럼 펼쳐진 계단과 입구의 염소 조각이 눈길을 끈다. 전체적으로 둥근 타원형으로 얼핏 천년 전 별자리를 관찰하던 첨성대를 닮은 듯 하다. 하늘과 땅이 소통하는 공간이다. 고양이 조각상을 만들고 있는 데 지나가는 주민이 "염소구만" 해서 이쁜 염소로 변형시켜 외뿔염소가 됐다고 한다.

 

요한의 집 내부

 

 

 

대기점도 선착장 가는 길. 베드로의 집이 있다.

 

 

갯벌 너머 멀리 병풍도가 보인다.

 

 

 

1. 건강의 집(베드로), 작가: 김윤환,  장소: 대기점 선착장

그리스 산토리니의 둥근 푸른 지붕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흰 회벽으로 거칠게 마감했으며 바다와 잘 어울리는 산뜻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순례길 시작을 알리는 작은 종이 있다. 두 건물 사이 낮게 매달린 작은 종을 한번 땡~ 치는 것으로 순례를 시작한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순례를 시작하고 마무리 하자는 의미로 '건강의 집'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왼쪽 건물은 화장실인데 마치 하나의 작품인 듯 보인다.

 

 

베드로의 집 내부

 

 

 

 

2. 생각하는 집(안드레아), 작가: 이원석,  장소: 병풍도 노둣길 입구

하루 두 번씩 열리고 닫히는 바다와 갯벌, 주민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고양이들, 일용할 양식을 빻던 돌절구와 구유와 연자방아의 받침돌 등으로 가꾸어진 꽃잔디 동산과 사방에 가꾸어진 양파 밭, 두 개의 높고 둥근 지붕이 있는 건축미술 작품으로 단단하고 아름다운 외관이 특징이다. 달과 별이 모자이크 된 공간에는 병풍도와 노둣길, 갯벌풍경을 구유로 만들어진 사각창에 담았고 돌절구를 잘라 만든 창엔 기점도의 파란 하늘을 담았다.

 

 

      안드레아집 내부

 

'불편한 섬, 불편함을 즐기는 순례자의 섬' 이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조금 불편하지만 그 자체가 순례길의 의미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가는 길목마다 친절한 이정표가 있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3. 그리움의 집(야고보), 작가: 김강,  장소: 대기점도 숲속

논둑길을 따라 작은 호수 주변 숲속의 작은 예배당이다. 호수 끝나는 숲 근처, 붉은기와를 얹은 지붕, 문을 열고 들어서면 유난히 작은 실내에 단정한 의자가 일상에 지친 당신을 기다린다. 심플한 디자인에 로마식 기둥을 입구 양쪽에 세워 안정감이 돋보인다. 초여름엔 연두색 벼가 눈에 심어져 아름답고, 가을에는 황금색으로 익은 나락이 눈부신 풍경속으로 걸어간다. 산밑 호수엔 연꽃 또한 아름답다.

 

 

 

야고보의 집 내부

 

 

 

대기점도에서 병풍도 가는 노둣길.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병풍도

섬 서북쪽 끝의 해안선 절벽(병풍바위)이 파도와 북서계절풍에 침식․풍화되어 병풍처럼 생겼다 해서 병암도(屛巖島)라 불리다가 일제강점기에 ‘병풍도’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또는 병풍바위가 아름다워 신선이 이곳에 내려와 살게 되었으며 그 신선이 병풍도라는 이름을 하사하였다고 전한다.

한국의 산티아고로 알려진 '기적의 순례길 12사도'의 작은 예배당 건축미술 작품들과 더불어 세계적인 성상(聖像)조각가인 최바오로 작가가 조각한 12사도 천사조각상도 감상할 수 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나는 빨간 지붕의 집들

 

 

마을길.   담에도 맨드라미 꽃들이 활짝 피었다.

 

 

                                       

맨드라미 동산 쉼터에서 바라본 마을

 

 

맨드라미 공원 동산은 겨울이라 양배추꽃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12사도 조각상. 바다와 마을, 동산이 잘 어우러져 멋진 천상의 나라가 완성 되었다.

    

 

 

병풍도 선착장에 있는 마을 표지석

 

 

 

송공항으로 가는 1시 39분 배

 

 

배를 따라 오는 갈매기

 

 

 

♥ 배편  

기점‧소악도(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로 가는 배가 압해도 천사대교 아래 송공항에서 매일 뜬다.

오전 6시 50분부터 오후 4시 40분까지 네차례 운항(대기점도 기준 1시간 소요)

만조 때는 노둣길 이동이 어렵기 때문에 물때를 잘 살펴 입도해야 한다. 우린 6시50분 첫배로 들어와서 비교적 여유롭게 12사도길을 걷고 병풍도까지 갔는데도 만조까지의 시간은 충분했던 것 같다.

돌아올 때는 진섬의 열 번째 예배당 인근 선착장에서 뭍으로 나가는 배를 타는 것이 걷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겠지만 물 때를 보고 진섬에서 시작해서 병풍도까지 가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 순례길

편도 12㎞에 달하는데 길이 대체로 평탄해 3시간이면 열두 번째 예배당에 도착할 수 있다. 길이 복잡하지 않고, 안내판이 곳곳에 있어 헤맬 걱정은 없다. 길이 협소하고 노둣길로 연결되는 섬 길이라 자동차를 싣고 오는 것은 지양했으면 한다. 순례길의 취지에도 맞지 않으므로..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 또한 즐기는 사람을 위한 길이 되었으면 한다. 

 

♥ 식사, 쉼터

코로나19 여파로 마을 숙박시설이나 쉼터, 까페 이용이 어렵기 때문에 간식이나 간단한 식사를 챙겨가는 것이 좋다. 겨울이지만 춥지 않아서 잠깐의 휴식과 간식, 커피 한 잔의 여유도 참 좋았던 길이였다. 


스페인에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신안의 12사도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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