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 18일 흐리고 추운날
이른 첫 눈이 온 다음날 감기로 산행이 어려워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장성 백양사를 다녀왔다.
학이 날개를 펼치고 있는 듯한 백암산 백학봉 자락에 위치한 백양사는 애기 단풍명소로 백학봉과 함께 명승으로 지정된 사찰이다. 백양사의 절 이름은 백암사, 정토사(또는 정토선원)로 불리다가 현재의 백양사로 불리고 있다.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239(약수리 26)
입장료 무료
백양사는 국가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사찰로 올해 시행한 문화재보호법 개정에 따라 입장료는 무료이지만, 절 가까운 곳에 있는 있는 주차장을 이용하려면 주차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일주문 앞의 요금소가 있고 이 곳 인근에는 무료주차장이 있어 단풍을 보며 걷고 싶다면 무료주차 후 1km 정도 걸어가는 것도 추천한다.
쌀쌀한 날씨이지만 단풍을 보기 위한 관광객이 꽤 있었다.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사무소. 백암산 자락에 위치한 백양사는 내장산국립공원에 속해 있다.
백양사 일주문
'백암산 고불총림 백양사'
불교에서 총림(叢林)은 많은 승려가 모여 수행하는 곳을 통칭하는 말인데 '승려들의 참선수행 전문도량인 선원, 경전 교육기관인 강원, 계율 전문교육기관인 율원, 염불원'을 모두 갖춘 사찰이 총림으로 지정된다고 한다.
백양사 근처에는 갈참나무가 많은데 이 나무는 그 중 가장 커 보였다.
아름드리 비자나무 옆에는 조계종 5대 종정을 역임하신 선승 서옹스님의 열반송이 있다.
열반송(涅槃頌)
갈참나무가 아름다운 길
당산나무 할아버지
당산제는 매년 음력 정월 초사흗날 밤에 가인마을과 백양사가 공동으로 제의를 모시는데 제를 모시는 장소는 두 곳으로 '안당산'과 '바깥당산'이라고 한다.
이 갈참나무는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바깥당산으로서 백양골을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곳은 갈참나무 군락지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갈참나무는 참나구과 낙엽활엽수로 상기슭에 서식한다. 5월에 꽃이 피고 10월 열매가 익는데 열매인 도토리는 다람쥐나 청설모의 먹이가 되고 나무는 땔감과 가구재 등에 쓰인다.
아직 초록인 애기단풍과 연못
쌍계루와 백학봉
백학봉과 쌍계루의 반영이 아름다운 백양사의 백미로 꼽히는 곳
백양사와 백학봉 일대의 암벽과 식생 경관이 아름다워 2008년에 명승 제38호로 지정되었다.
약수천이 흘러가는 징검다리 가운데서 쌍계루와 그 너머의 백학봉의 모습을 담을 수 있다.
가까이 당겨본 백학봉의 모습
쌍계루
백양사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바로 '쌍계루'라고 할 수 있다. 1377 청수 운암(淸叟雲菴)이 쌍계루를 중건할 때 목은 이색(李穡)이 기문을 짓고, 포은 정몽주(鄭夢周)가 시를 지었다. 쌍계루에는 여러 선비와 스님들의 현판 180여점이 있는데 이는 종교와 사상을 초월하여 스님과 선비들이 소통하고 교류했던 화합의 공간이였음을 보여준다.
쌍계루에 올라서 본 풍경과 현판. 아래 왼쪽 사진의 오른쪽 위쪽이 포은 정몽주의 '기제쌍계루(寄題雙溪樓-쌍계루에 부쳐)'이다.
비자나무숲(천연기념물 153호)
쌍계루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보이는 숲이 비자나무 숲이다.
이 극락교를 건너면 백양사로 들어간다.(건너와서 촬영)
사천왕문(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44호)
사천왕문에 달린 편액은 '고불총림 백양사(古佛叢林 白羊寺)'다.
사천왕문은 동.서.남.북 네 방위를 수호하는 사천왕을 모신 곳으로 현재의 천왕문은 일제강점기 때 백양사를 다시 지을 때 건립되었으며 1945년 8월에 낙성식을 치르고 다음 주에 해방이 돼서 해방 사천왕문이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범종각
범종각에는 범종, 법고, 운판, 목어 네 범음구를 봉안하고 있다.
고즈넉한 산사와도 잘 어울리는 애기단풍이 곱게 물들었다.
보리수
대웅전
1974년 전라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백양사 대웅전은 1917년 송만암이 백양사를 중건할 때 건립한 것으로 내부에는 석가여래삼존불과 1979년 보각행(普覺行)이 조성하여 새로 모신 10척 높이의 불상, 그 왼편에 용두관음탱화가 봉안되어 있다.
대웅전 옆 누군가 만들어 놓은 눈사람. 그 뒤로 보이는 백학봉이 장관이다.
팔층탑(八層塔)
팔정도(八正道)를 상징한 이 탑에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眞身舍利) 3과가 안치되어 있다고 한다. 부처님께 소원을 기원하면서 초를 올리고 시계방향으로 세 번 도는 탑돌이를 한다.
팔층탑 앞에 서 있는 꽤 오래되어 보이는 모과나무 . 안쪽이 텅 비어 있는데 윗쪽에는 모과 열매가 달려있었다.
전각 뒤로 보이는 백학봉. 절 어디서든 백학봉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칠성각과 진영각(역대 큰 스님들의 진영을 모신 곳)은 한 건물에 있다. 바로 앞에는 한쌍의 당간지주가 있다.
극락보전
1972년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32호로 지정된 백양사 극락보전은 400여 년 전에 지은 것으로서 백양사 건물 중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명부전
명부전은 지장보살을 모시는 전각으로 지장보살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구원하는 보살이다.
우화루
'만세루'는 대웅전 마당에서 보면 '우화루'라고 적혀있다.
고불매( 천연기념물 제486호)
이 매화나무는 매년 3월말경 담홍색 꽃을 피우는 홍매(紅梅)의 한 종류로 수령은 약 350년으로 추정된다. 1947년에 부처님의 원래 가르침을 기리자는 뜻으로 백양사 고불총림(古佛叢林)을 결성하면서 '고불매' 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향적전
청운당 앞 연못의 분수
약사암 가는 길
계획에는 없었으나 1km정도 걷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약사암으로 향했다. 정말 탁월한 선택이였다.
약사암 가는 길에 만나는 비자나무들
국기제단(國祈祭壇)
국기제는 국가의 환란이나 재앙(전염병, 한해 등)이 있을 때 대자연을 지배하는 천신지지에 구복재화와 국태민안을 기원하기위하여 조정에서 치제관을 파견하여 인근 고을의 수령을 제관으로 하여 거행하는 국가적 제례의식이다. 전라도에서는 백암산에 국태민안을 기원했다는 기록이 정토사사적지에 전해지고 있다.
고즈넉한 산책길
계곡물이 넘치면 건너가도록 나무 다리가 있다. 깊지 않은 계곡인 것 같은데 물이 많이 흐르나보다.
약사암, 백학봉 입구. 약사암 0.4km 지점
400m정도지만 계속 오르막 길이다.
길은 잘 다듬어져 있어 걷기에 무리는 없다.
올해 단풍은 더운 가을 날씨등의 급격한 기온변화로 제대로 물들지 않았는데 이제야 조금 제 빛깔을 내는 것 같다.
첫 눈의 흔적과 아직 물들지 않은 단풍나무 잎들
올라온 길. 구부러진 길과 소복히 쌓인 눈, 단풍까지 너무 아름답다.
이 계단 끝에 약사암이 있다.
약사암
백학봉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 백양사의 전경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으로 예로부터 이름높은 스님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라고 한다.
약사암 맞은 편 풍경
제법 큰 은행나무는 이미 잎이 졌다. 노랗게 물들기전에 떨어져버린 잎들이 조금 안쓰러워 보인다.
약사암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살짝 돌아서면 멋진 뷰 포인트를 만난다.
부처님 오신날 연등과 단풍의 조화
백양사가 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정말 환상이다. 가을과 겨울이 함께있는 모습이라 더 아름답다.
영천굴 가는 길
이정표에 써 있는 영천굴 0.1km의 유혹?에 또 다시 영천굴로 향했다.
내리막 계단
바위의 위용이 정말 멋지다.
영천굴은 20평 남짓한 천연석굴로 굴 속의 바위틈에서 샘이 솟아나오는데 이를 영천이라 한다.
영천수(靈泉水)
관음전(觀音殿)
계단을 올라가면 굴 안쪽으로 관세음보살이 있다.
오는 길에 보지 못한 풍경들..
약수천이 흘러오다 제법 큰 연못을 이루고 있다.
연못 둘레길을 걸으면서 만난 반영의 아름다움
마지막으로 마음에 담아보는 백학봉
추운 날씨였지만 단풍으로 아름다운 백양사를 만날 수 있어 기분 좋은 날이였다. 계획에는 없었지만 약사암과 영천굴을 다녀온 건 행운인 것 같다. 좋은 날 백암산 등산으로 다시 와야겠다.
백양사에 가시거든 꼭 약사암과 영천굴도 꼭 가보시길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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