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22일(토) 날씨: 맑음
드디어 지리산 둘레길 마지막 코스를 걷는 날이다.
2015년 1코스를 시작하고 2,3코스를 다녀온 후 몇 년 동안 잊고 있었다가 작년 코로나로 인해 제한된 여행을 대신해 찾은 길이 지리산 둘레길이다. 답답한 공간을 벗어나 몸과 마음의 힐링의 시간을 찾아준 길이 이제 마지막 코스길이다. 화이팅!!
꽤 긴 거리라 조금 일찍 서둘렀다. 도착지점인 주천면 안내소 근처에 주차를 하고 (1구간 시작점이라 안내소에는 주차된 차들이 많아 반대편 파출소 주차장에 주차함) 출발지점인 산동면사무소로 이동 (택시비 14,000원)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과 전라북도 남원시 주천면을 잇는 15.9km의 지리산둘레길.
산동-주천구간은 지리산의 영봉 노고단을 바라보며 걸을 수 있고 봄철이면 현천마을에서 계척마을까지 이어진 산수유 군락이 장관을 이루고, 계척마을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할머니 산수유나무와 정겨운 돌담길을 만날 수 있다. 편백나무숲을 지나면 밤재로 이어진다.
구간별 경유지
산동면사무소 – 현천마을(1.9km) – 계척마을(1.8km) – 밤재(5.2km) – 지리산유스호스텔(2.7km) – 주천안내소(4.3km)
시작점인 산동면사무소 앞
방광에서 산동 종점, 산동에서 주천 시작점. 면사무소 화장실 이용가능. (잠겼을 경우 맞은편 건물 모퉁이에 화장실 있음)
면사무소 뒷길, 원촌초등학교를 지나 원촌교차로에서 왼쪽 방향길
첫번째 마을인 현천마을은 17번 국도 아래를 지난다. MBN '자연스럽게' 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마을 입구 쉼터 정자와 당산나무
화장실과 나무그늘이 있어 쉬기 좋다. 정자 반대편으로 이정표가 있다.
현천마을
현천마을이란 이름은 주변 산세에서 비롯됐다. 마을 뒷산인 견두산의 모양새가 현(玄)자를 닮았고, 마을 뒤 옥녀봉 아래내(川)에는 옥녀가 빨래를 하고 선비가 고기를 낚는 어옹수조(漁翁水釣)가 있어 그 아름다움을 형용하여 '현천'한다. 현천마을은 상위마을과 함께 구례의 산수유 마을에서 첫손에 꼽는 곳이다. 산수유와 어우러진 돌담이 예쁜 마을로 저수지가 어울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누구나 꿈꾸는 고향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곳이다. 구례 산수유축제의 포스터도 이 마을이 배경이 됐다. 마을 입구의 현계정을 지나면 밭과 집을 감싸 돌담이 반긴다. 돌담 위로는 어김없이 산수유나무가 우거졌다. 이 마을 산수유나무의 나이는 300년이 훌쩍 넘는다. 하지만 꽃을 틔우는 가지는 60년이 채 안됐다. 이것은 1948년 여수, 순천사건 때 군경 토벌대가 산수유 가지를 모두 베어버려서다. 산수유를 감상하는 최고 전망대는 마을 오른쪽 산자락에 마련된 데크다. 저수지둑에서 바라보는 현천마을과 산수유도 추천할 만하다.
현천제
마을과 잘 어우러지는 풍광이 정말 멋진 곳이다. 쉬고 싶은 마음 간절했으나 출발한지 얼마되지 않은 탓에 패쓰!
초록 초록한 길. 풀들이 자라서 길을 점령한 곳도 있다.
갈퀴나물
녹두두미라고도 한다. 갈퀴나물이라는 이름은 덩굴손의 형태가 갈퀴모양과 비슷해서 유래한 것으로 여겨진다. 들이나 산기슭에 살며, 우리나라의 전역에 나고, 일본·만주·중국·시베리아에도 분포한다. 봄에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하며, 가축 사료로도 쓰인다. 약으로 쓸 때에는 탕으로 하여 사용한다. 외상에는 짓이겨 붙인다.
갈퀴나물 꽃이 피었다.
연관마을
조선중엽에 고씨가 남원으로 가던 중 산밑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고 길조라 여기고 정착함으로써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산밑에서 연기가 피어오른 곳이라 하여 마을이름을 연관이라 부르게 되었다.
연관마을 입구
숲길을 지나 계척마을로 향한다.
갑자기 나타난 안내 현수막에 깜짝 놀랐다. 작년 수해로 이 구간은 공식적?으로는 폐쇄중이다.
특유의 향과 쌉사름한 맛이 특징인 취나물. 용케 내 눈에 띄었다.
계척제. 쉼터에서 잠시 휴식. 바람이 너무 시원해서 낮잠이라도 잤으면 싶다. ㅎ
산수유시목
1.000여년전 중국山東省에서 가져와 우리나라에 가장먼저 심은 산수유 나무시조이다. 달천마을의 할아버지 나무와 더불어 할머니 나무라 불리고 있으며 여기에서 구례를 비롯한 전국에 산수유 나무가 보급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젊은 나무 못지 않게 꽃을 피운다. 산동면의 지명도 산수유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계척마을에 있는 산수유 시목
계척마을 시목광장
산수유 시목지 앞은 광장으로 조성했다. 분수대와 성곽 등을 재현해 놨는데, 산수유꽃이 필 때를 제외하면 찾는 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계척마을 체육공원을 지난다. (이곳 화장실은 깨끗함.)
산길과 포장도로의 갈림길. 우천시 우회도로 표지판이 있다. (우천시에는 직진)
산길이 오르막 구간이라 조금 힘들다.
땀 흘리며 걸었던 길에 편안함을 선물한 편백 숲 구간. 의자와 쉼터가 잘 마련되어 있다.
작년 수해의 흔적들. 복구는 아직 시작도 못한 듯 ..
숲길과 계곡을 건너는 길. 발 담그면 딱 좋을 만한 계곡이다.
작은 도랑들도 많은 길인만큼 수해로 인해 파헤쳐진 곳이 많았다.
숲길의 끝
밤재 입구. 이정표가 먼저인지 댕댕이 집이 먼저인지.. ㅎ
수해복구가 한창인 도로. 다행인건 오르막길이긴 하지만 비포장이라 피로감 없이 걸었다.
지리산 능선과 올라온 길이 내려다 보이는 곳
햇살이 내리쬐는 시간이기도 하고 그늘이 별로 없는 밤재 가는 길
밤재
구례와 남원을 가르는 고개다. 과거에는 19번 국도가 이 고개를 넘어갔다. 그러다 1988년 길이 800m, 폭 9.7m의 밤재터널이 뚫리면서 옛길이 됐다. 지금도 구례 방면에서는 밤재 정상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으나 남원 구간은 옛길이 많이 지워져 차량 통행이 불가능하다. 밤재는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길목이기도 하지만 남도 오백리역사 숲길이 지나는 길이기도 하다.
밤재에서 바라본 지리산 능선
밤재 표지석도 넘어져 있고 화장실도 기울어져 있어 사용이 불가했다. 이 곳도 수해의 영향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21구간 스템프 집이 있고 그 옆 수도꼭지에서 물은 나오지 않았다.
밤재에서 만난 풍경
2012년 지리산둘레길이 환형(環形)으로 완성된 것을 기념하는 '생명평화경'과 '생명평화문양'이 새겨진 비가 세워져 있다.
화해와 상생, 뭇생명의 안위와 평화를 위하는 길이 되고자 하는 지리산둘레길의 정신이 담겨져 있다.
생명평화경
밤재에서 바라보는 남원
밤재에서 내려가는 길. 남원 방향도 유실된 곳이 너무 많다. 복구하려면 꽤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왼쪽으로 국도 19호선이 지나는 길. 꽤 시끄럽다. 밤재에서 이 곳까지 오는 동안은 쉴 곳이 없다. (의자나 쉼터 없음) 밤재에서 점심을 먹었어야 했는데 단체로 길을 온 사람들이 있어 미루다보니 배는 고프고 지쳤던 구간이다.
큰 도로 옆으로 둘레길이 있어 조금 복잡하게 굴다리를 3번 지나야 한다. (굴다리 1 지남)
굴다리를 지나 국도 19호선 도로(찻길)로 올라가는데 조금 놀랐다. 이정표를 찾기전까지는 ..
도로에서 내려오는 계단 끝에 이정표가 있는데 바로 굴다리(2)로 연결된다. 지리산 유스호스텔을 지나 굴다리(3)을 지나 올라간다.
이정표가 보이지 않아 잠시 멈췄던 곳이다. 가건물 옆쪽으로 있는 계단길인데 이 길도 수해의 흔적으로 온전하진 않다.
힘들었지만 다행히 숲길, 흙길이라 긴 호흡을 하면서 걸을 수 있었다.
마을 주민의 식수가 흐르는 계곡. (상수원 보호구역 임)
계곡이 이어지는 길을 지나면 숲길 끝에 다다른다.
주천방향 2.2km지점에 있는 이 화장실은 수풀이 무성하여 접근하기가 좋지 않다.
때죽나무
나무 껍질이 칙칙하고 어두운 흑갈색으로 나무에 때가 낀 것 같아서 이름을 그리 불렀다 하고, 때죽나무 열매가 동그랗고 반질잔질하게 나무에 주르르 매달린 모습이 마치 스님이 떼로 있는 것 같아서 떼중나무로 불리다가 때죽나무로 변했다는 설도 있고 가을에 열리는 열매의 껍질에 마취성분이 있어 열매를 찧어 물에 풀면 물고기들이 떼로 둥둥 떠오른다 하여 때죽나무라 불렀다고 한다. 또 한가지는 열매에 기름때를 없애는 성분이 있어 이것으로 빨래를 하면 때가 빠진다고 하여 때죽나무라 불린다고 한다. 참 이야기가 많은 나무 이다. 꽃은 5-6월에 핀다. 열흘 남짓한 비교적 짧은 꽃 세상이 끝나면 이어서 열매가 열리기 시작한다. 그늘이 많이 진 곳에서는 거의 자라지 않는다. 자연 상태에서는 수분이 좀 있는 계곡을 따라 잘 자란다.
둘레길에서 만난 때죽나무. 5월에 꽃을 피우다보니 이번 길에서 자주 만났던 나무이다.
벌써 모내기가 끝난 논. 아름다운 풍경이다.
수령 300년 이상 된 보호수인 '배롱나무'
류익경 효자 비각
제각 부근에 데크 쉼터와 화장실이 있다. 화장실은 모기가 좀 있었지만 이용에 불편함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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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용궁마을 '장안제'
용궁마을
옛날 지리산 기슭에 11마리의 용이 내려와 살았는데 한 마리는 달궁마을에, 나머지 열 마리는 이곳 용궁마을에 터를 잡았다는 것이다. 이 마을에 살던 용들이 승천한 후 이곳을 지나던 도선국사는 용들이 100년만 더 살았더라면 최고의 길지가 되었을 거라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러더니 음양오행의 중심이 되는 노란색 꽃을 피우는 산수유를 심으면 복이 올 것이라며 자신의 산수유나무 지팡이를 땅에 꽂았는데 그 후 지팡이에서 싹이 나고 꽃이 피었다는 전설이다. 이때가 신라 진성여왕 시기인 890년 무렵이라고 하니 1,100년도 훌쩍 넘는 셈이다.용과 도선국사에 얽힌 전설은 허황된 이야기로 들리지만 용궁마을에는 1,100년이 넘은 산수유 시목이 여전히 꽃을 피우고 있다니 정말 놀랍다. 구례 산동면의 산수유가 유명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오래된 산수유 나무가 용궁마을에 있고 산수유 축제도 열린다는 것은 오늘에야 알았다. 국내 최고령 산수유 나무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산수유 필 때 와서 봐야겠다. 용궁마을은 마치 바닷속의 용궁과 같아서 용궁이라 불리는데 부흥사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면 바위와 돌담 사이로 자라는 산수유나무들이 구불구불하고 키가 크지 않아 바람결에 흔들리면 바다 속의 해초가 흐느적 거리는 모습과 같다하여 그리 이름지어졌다 한다. 용궁마을은 내용궁과 외용궁 마을로 구분된다. 표지석에는 '안용궁'이라 되어 있다.
용궁마을을 지나 들길을 따라 원천초등학교를 지나 마을로 들어서면 도착점인 주천 안내소에 도착한다.
방문객이 많아서인지 주천 안내센터는 문을 열었다.
작년 둘레길을 걸을 때 함양, 성심원, 구례센터는 문이 닫혀 있었는데 무척 반가웠다.
지리산 둘레길을 완주했다. 우와~~ 짝짝짝
시작은 2015년이었으나 2020년 지리산 둘레길을 다시 걸으면서 블로그를 시작했으니 이 길은 우리에게 의미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1,2코스는 글을 올리지 못했다. 사진이 사라졌기 때문.. (몇 장 남아 있기는 하지만 미미한 수준)
아마도 1,2코스를 다시 걸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지리산을 중심으로 5개 시군을 연결하는 300여km를 한걸음, 한걸음으로 마무리 한 우리 부부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코로나로 인해 몸과 마음이 상처입고 지쳤을 때 위로와 평안을 건낸 지리산 둘레길은 정말 멋진 도전이었고 소중한 추억이다. 그리고 긴 여정을 무탈하게 마칠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오늘 이 길이 끝이 아닌 또 다른 길의 시작임을 알기에 다음 날의 길을 고민해 본다. '프로스트' 의 시 처럼 '길은 길에 연하여 끝이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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