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25일. 포근한 날씨지만 미세먼지는 나쁨.ㅠ
함양은 상림공원과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을 때에 왔던 곳인데 선비길이라 불리는 탐방로가 있다는 건 'ebs 영상앨범 산' 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비대면 관광지이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라 좋아 보였는데, 그 기대보다 훨씬 멋진 길이였고 권하고 싶은 길이다. 숲과 소나무들, 맑은 계곡은 한 폭의 산수화가 펼쳐지는 곳이다.
선비문화탐방로는 남덕유산에서 흘러 내려오는 화림동 계곡을 따라 거연정에서 시작해 농월정까지의 6km 1구간과 농월정에서 오리숲까지의 4.1km 2구간으로 모두 10.1km로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정자들이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즐 길수 있는 길이다. 우리는 2코스까지 걸었다.
선비문화탐방로 시작점은 티멥에서 함양선비문화탐방관(구, 봉전초교) 또는 다볕자연연수원을 검색하면 된다. 주차장 이용(무료)도 가능하다. 2코스 마지막 안의 광풍루에서 택시를 이용(13,000원)하여 돌아옴.
함양선비문화탐방관, 다볕 자연학교. 이곳에 주차하고 출발
다볕자연연수원 입구에 삼강동(三綱洞)과 운동장 우측에 삼강정(三綱亭)이 자리 잡고 있다.
3대에 걸친 忠, 孝, 烈 의 삼강행실(三綱行實)을 기리는 삼강동(三綱洞)이라 음각한 자연석으로 처음에는 군자정쪽 노변에 위치해 있었는데 훼손이 염려되어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탐방안내도( 35번 대전,통영고속도로가 중부고속도로로 잘못 표기되어 있다.)
거연정(居然亭)
거연정은 1613년에 중추부사를 지낸 전시숙의 공적을 기리기 위하여 후손들이 건립한것으로 정자로 가기 위하여 화림교(구름다리)를 건너는데 다리에서 내려다보는 검푸른 소와 기암괴석의 암반은 거연정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지금도 깊어 보이는 검푸른 빛깔의 소(沼)는 여름이면 더 그 멋을 더할 듯 ..
봉전교에서 본 거연정
군자정은 거연정에서 불과 50여m 지점에 있어 자칫 놓치고 갈뻔 했다. 봉전교를 건너기 전 왼쪽 바로 아래에 있다.
군자정(君子亭)
거연정의 50m 아래에 있는 군자정은 조선 성종때의 성리학자이며 조선5현의 한분이신 정여창 선생을 추모하기 위하여 후세 사람들이 세운 것으로 선비들이 계곡을 끼고 앉아 시문을 주고받았던 곳이다.
군자정 내부
화림동계곡의 물은 남덕유산에서 시작되어 남강으로 흘러든다.
계곡 옆으로 기분 좋은 나무 데크길이 이어진다.
영귀정(詠歸亭)
길 왼쪽 아래에 있는 영귀정. 설명도 되어 있지 않고 자료도 없다. 함양군 병곡면 휴촌 마을에 있는 영귀정과는 다른 것인가? 궁금하다. 詠歸亭 이라는 글자 그대로 낙향을 하여 시를 짓고 읊는 곳이라면 어디에 붙여도 무방할 듯 싶다.
이 사진은 안쪽(사유지)으로 들어가 (양해를 구하고) 찍기는 했는데 좀 찜찜함이 남는다. 영귀정 앞의 바위들이 어떻게 개인 소유가 되었단 말인가..
영귀정 옆으로 개인소유의 또 다른 정자와 정원이 영귀대가 있는 이 계곡의 모습을 훼손시킨 것 같다. 아름다운 계곡과 정자의 조화가 너무 아쉽다..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맑은 계곡
이 길의 매력은 계곡과 더불어 푸르게 뻗은 소나무들이다.
이정표가 곳곳에 잘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다곡교 삼거리에서 고속도로 지하도를 지나는데, 예전의 길(지하도 왼쪽길)은 폐쇄된 듯하다.
우회로에서 다시 고속도로 교각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잎이 떨어진 나무들의 훤히 드러난 가지들도 예쁘다.
동호정 가는 길은 아니지만 계곡 쪽으로 내려가면 동호정과 계곡의 멋진 풍경을 담을 수 있다. (다시 올라와야 함)
소나무 사이로 얼어있는 계곡물
동호정과 너럭바위가 한 눈에 들어오는 곳
꽁꽁 언 계곡과 돌다리. 얼음 위에서 쒼나게 .. ㅎ
계곡물은 여름엔 이 돌다리도 넘치게 흐른단다..
동호정(東湖亭)
동호정은 조선 선조때의 성리학자인 동호 장만리(章萬里)의 공을 추모하여 1890년경 후손들이 중심이되어 건립한것으로서 장만리공은 임진왜란시 왕을 등에 업고 의주에서 신의주까지 피란하였으며 후일 선조가 그 충절을 가상히 여겨 정려를 명하였으며 황산마을 입구에 정려비각이 있다.
동호정을 오르는 계단은 통나무를 그대로 깎아 만들었다. 신발을 벗고 오르는 느낌이 오랜 세월을 밟는 듯한 기분이다. 내부의 화려한 색의 단청의 그림은 황홀하기까지 했다.
천정을 떠 받들고 있는 두 마리의 용은 당장이라도 승천할 듯 그 위용이 대단하다.
세상 시름을 잊게 만드는 계곡 풍경
동호정에서 바라본 차일암
차일암은 암반이 평평하고 넓어 년중 불제자들의 방생이 끊이지 않는 곳이며 풍류를 즐기던 곳이다.
차일암 옆으로 계곡 가운데의 솔 숲. 여름이면 많은 이들이 찾는 야영지라고 한다.
숲 길, 화강암 돌길을 걸어 호성마을로 향한다.
너른 들판을 걸어 호성마을 가는 길
호성마을
경모정(景慕亭)
고려 개국공신 배현경의 후손인 배상매 공이 영조시대에 후학을 가르치며 쉬던 곳으로 후손들이 1978년도에 건립한 정자로서 소와 어우러진 주변의 넓은 암반들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쉬어 가는 곳이다.
새롭게 복원된 모습
다시 계곡 나무 데크길로 진입
소나무와 어우러진 길은 정말 아름답기 그지 없다.
람천정
설명도 안내판도 없는 곳이다.
바위와 맑은 물이 만나는 곳이면 정자를 세워 풍류를 즐겼던 우리 조상들의 멋이 느껴진다.
너무 맑아 계절도 잊은 채 손이라도 담가 보고 싶은 계곡물
푹신한 느낌의 흙길이 너무 좋다.
숨을 크게 들이마시게 되는 소나무 숲길
정말 좋은 소나무 숲길에 하나의 오점은 황색 시멘트 포장....
이 곳에서 황석사를 가려면 왼쪽 방향으로 서하교를 건너 도로를 가로질러 가야 한다. 이정표를 잘 확인하지 않으면 헤매게 된다. 우리처럼.. ㅎ
서하교에서 바라보는 계곡과 걸어온 길(왼쪽)
황암사(黃巖祠)
함양군 서하면 황산리에 있는 ‘황암사’는 1597년 정유재란 때 황석산성을 지키기 위해 일본군과 싸우다 순국한 3,500여 호국선열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일제강점기에 황암사가 헐리고 추모행사마저 중지되어오던 중 1985년 황석산성 순국선열추모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지역유지들이 뜻을 모아 위원회를 발족시켰고 매년 추모행사를 봉행하고 있으며 1987년에 황석산성이 사적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지역주민들의 정성을 모아 2001년에 호국의총(護國義塚)을 정화하고 사당을 복원했다.
황석사에서 농월정으로 가려면 다시 서하교를 건너 옛국도로 가야 한다. 우린 캠핑장까지 갔다 다시 나왔다요..ㅠ
커브길이고 횡단보도나 인도가 따로 없어 조금 위험한 길이다. 큰 길에서 왼쪽 구 도로로 가면된다.
캠핑장 쪽 계곡도 꽤나 경치가 좋은 것 같은데.. 도로에서 울타리 너머로 사진만 찍었다.
농월정 이정표가 보이니 안심이다..
이런 비경이 숨어 있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내려가는 길이 얼어 있어서 미끄러웠다.
농월정(弄月亭)
조선 선조때 문과에 급제 예조참판을 지냈으며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진주대첩시 분전 장렬히 전사한 이 고장 출신 지족당 박명부 선생이 머물면서 시회를 열기도 하고 세월을 낚기도 했다는 곳이다.
농월정 정자는 후세 사람들이 선생을 기리기 위하여 지은 정자인데 이름 그대로 달을 희롱한다는 뜻으로 우리 조상들의 풍류에 대한 면모를 가히 짐작할 수 있는 곳 이기도 하다.
안쪽 천정의 용은 동호정과 비슷하다. 이 곳은 2003년 화재로 소실되어 2015년 복원 준공된 곳이다.
농월정(弄月亭)은 수많은 반석들로 가득차 있다. 이들 수많은 너럭바위 위를 혹은 그 옆을 쉴 새 없이 흐르는 투명한 물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동안 머물렀던 곳이다.
농월정은 그 경관이 너무나 뛰어나 지금은 국민관광단지로 지정이 되어 날로 늘어나는 탐방객들의 편리 도모를 위하여 함양군에서 개발하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도 계곡을 둘러싼 많은 건물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개발로 인해 이 아름다운 경관을 헤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선비문화탐방관 ~ 농월정까지가 탐방길 1구간이다. 지금부터 2구간 길 (농월정에서 오리숲) 출발~ ^^
농월정 국민관광지라 이름 붙여진 곳
길 옆에서 만난 서당, 문은 잠겨 있어 담너머로 사진만 찍음..
까페 앞에 꾸며진 정감 가는 소품들
탐방길 2구간은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 길로 둘레길을 걷는 느낌이다.
바닥이 훤히 드러나는 계곡물
월림교에서 보는 솔 숲, 동호정 앞에서의 솔숲과 닮아 있지만 이 곳은 마치 섬처럼 자리하고 있다.
솔숲 쉼터
다리 (황대교)옆 길로 구로정이 보인다.
구로정(九老亭)
안의대교 아래를 통과하는 길
오리숲. 이곳도 시멘트 포장이 정말 이 숲을 볼품없이 만들고 말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쉽다..
안의교에서 바라본 오리숲
광풍루(光風樓) 경남 유형문화재 92호
조선태종 12년(1412)에 처음 짓고 선화루라 이름 지었던 것을 세종 7년(1425)에 지금의 자리에 옮겨지었다. 그 후 성종 25년(1494)에 정여창이 다시 짓고 광풍루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정유재란(1597)으로 불탄 것을 선조 34년(1601)에 복원하였고, 숙종9년(1683)에 다시 지었다. 오랜 세월동안 많이 퇴락한 것을 1980년에 정비하였다.
광풍루 뒷편의 선정비
옆으로 자라는 소나무와 향나무
걷는 내내 행복하고 멋진 풍경에 감탄과 눈 호강을 제대로 한 트레킹이였다.
1구간만 걷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무래도 농월정 이후로는 볼거리가 약해서 인 듯 싶다.
2구간은 멋진 계곡이나 바위들이 없긴 하지만 의미있는 길을 완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오르막길 없이 계곡을 따라 남녀노소 누구나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이 길을 권하고 싶다.
코로나로 비대면 관광지를 선호하는 시점에 정말 좋은 곳이고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겨울이라 한가로워서 더 좋았다.
신록이 우거지는 계절이면 푸르름과 물소리, 새소리들로 가득한 최고의 길이 될 것 같다.
'함양 선비문화탐방길'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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